광주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성범죄 목적으로 살해한 장윤기(2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에 광주공소청이 항소했습니다.
광주공소청은 10월 2일 장윤기의 1심 판결에 대해 양형이 부당하고 법리 오해가 있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장윤기 측에서는 현재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광주지법 형사13부는 지난 9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사건의 공소유지 업무가 공소청으로 넘어가면서 앞으로 항소심은 광주공소청이 담당하게 됩니다.

사형 구형했지만 1심은 무기징역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쯤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에서 귀가하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성범죄 목적으로 뒤쫓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전에 발생한 성범죄들도 함께 재판을 받았습니다.
장윤기는 아르바이트 동료인 베트남 국적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10대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장윤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강간 목적으로 피해자를 뒤쫓아 제압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로 살해했고, 이를 막으려던 남학생까지 살해하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 이후 세탁실과 미용실을 이용하는 등 태연한 행동을 했으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하기보다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택했습니다.

“영구 격리 필요하지만 사형까지는…”

1심 재판부 역시 장윤기의 범행을 매우 무겁게 판단했습니다.
범행의 동기와 방법, 피해 결과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장윤기의 생명 자체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 사형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997년 이후 약 3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현실도 양형 이유에 포함됐습니다.
재판부는 장윤기가 생존하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철저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재판부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별도의 형벌로 선고한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는 ‘케이블타이’ 다시 쟁점

광주공소청이 항소하면서 형량뿐 아니라 ‘케이블타이’도 다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검찰은 1심에서 장윤기가 가지고 있던 케이블타이를 피해자를 납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도구로 봤습니다.
장윤기의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범죄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케이블타이가 납치를 위해 준비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광주공소청은 항소 이유로 법리 오해를 제시한 만큼 항소심에서 케이블타이와 관련한 판단을 다시 다툴 것으로 예상됩니다.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는 주장 역시 항소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유족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피해자 이채원 양의 유가족도 1심 무기징역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족은 선고 전부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요구하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시민 약 10만명의 서명이 담긴 엄벌 탄원서도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족은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단 하루의 감형이나 가석방도 불가능한 무기징역을 통해 장윤기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하고 ‘공소청’이 항소한 사건

장윤기 사건은 형사사법체계 개편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에서도 눈에 띕니다.
1심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는 광주지검 소속 검사가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이후 검찰청이 폐지되고 10월 2일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는 새롭게 출범한 광주공소청이 결정했습니다.
기존 검찰이 진행하던 사건을 새로운 공소청이 이어받아 상급심 공소유지에 나서는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된 셈입니다.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될 가능성도 다시 열려

광주공소청이 항소하면서 장윤기의 형량은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받게 됩니다.
1심에서 장윤기에게 적용된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입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사형을 선고하는 것도 법률상 가능합니다.
다만 실제 항소심에서 어떤 형이 내려질지는 1심 판결의 양형 판단과 공소청이 제출할 항소 이유, 케이블타이를 비롯한 증거에 대한 판단 등을 종합해 결정됩니다.
현재까지 장윤기 측은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과 무기징역을 선택했던 1심 재판부.
검찰청을 이어받은 광주공소청이 다시 더 무거운 형을 요구하면서 장윤기에 대한 최종 형량을 둘러싼 판단은 이제 항소심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