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다섯 번째 우주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누리호는 10월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했습니다.
이번 발사에서 누리호가 싣고 간 위성은 모두 15기입니다. 누리호 발사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하나의 주탑재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차례로 목표 궤도에 배치하는 임무에 도전했습니다.
누리호가 단순히 우주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넘어 여러 위성을 원하는 위치까지 얼마나 정확하게 운송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발사였습니다.


낮 12시 25분, 고흥에서 출발

누리호는 전날인 6일 오전 종합조립동을 떠나 약 1.8km 떨어진 발사대로 이동했습니다.
발사체에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이동했습니다.
발사대에 도착한 뒤에는 누리호를 수직으로 세우는 기립 작업과 고정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엄빌리칼 연결과 기밀 점검 등 발사를 위한 준비도 이어졌습니다.
발사 당일인 7일에는 누리호의 기체 상태와 나로우주센터 주변 기상, 상층풍, 우주환경,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서 최종 발사시각은 낮 12시 25분으로 결정됐습니다.
연료와 산화제 충전을 마친 누리호는 발사 약 10분 전부터 자동운용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예정된 시각에 고흥을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위성이 무려 15기

5차 발사가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탑재위성입니다.
누리호에는 주탑재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5기와 국내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이 개발한 큐브위성 10기가 실렸습니다.
총 15기입니다.
누리호가 지금까지 수행한 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위성을 한꺼번에 운송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임무의 난도가 높아진 이유는 단순히 위성의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15기의 위성을 우주까지 운반한 뒤 각각 정해진 순서와 위치에 맞춰 분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차례로 배치

이번 발사의 핵심 임무는 초소형 군집위성 5기의 궤도 투입이었습니다.
목표는 약 570km 고도의 태양동기궤도입니다.
여러 위성을 한꺼번에 분리하면 위성끼리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분리해야 합니다.
위성을 하나 분리한 뒤에는 누리호 3단의 자세를 다시 조정하고 다음 위성을 내보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과거 누리호가 승객 한 명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임무였다면, 이번에는 여러 명의 승객을 태우고 각자 정해진 위치에 내려주는 임무에 가까웠습니다.
누리호가 앞으로 상업적인 발사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입니다.


군집위성은 왜 여러 개를 띄울까?

군집위성은 여러 대의 작은 위성을 하나의 팀처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위성 한 대가 지구를 돌며 특정 지역을 촬영하면 다시 같은 지역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여러 대의 위성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면 같은 지역을 더욱 자주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사된 초소형 군집위성 역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보다 자주 관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국가안보뿐 아니라 재난·재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관측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원하는 시기에 우주에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큐브위성 10기도 각자의 임무 수행

함께 우주로 향한 나머지 10기의 큐브위성에도 각각 다른 임무가 있습니다.
우주환경과 해양 등을 관측하거나 국산 우주부품과 새로운 위성 기술을 실제 우주환경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우주에서 시험할 기회입니다.
우주산업에서는 지상에서 기술개발을 완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우주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경험과 기록이 있어야 향후 상용화나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합니다.
누리호가 국내 위성과 우주기술을 실제 우주에서 시험할 수 있는 운송수단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첫 실패 이후 4회 연속 성공

누리호의 첫 발사는 2021년이었습니다.
당시 누리호는 목표 고도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지만 3단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종료되면서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도전은 최종 임무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차 발사에서 처음으로 임무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3차와 4차 발사도 성공했고 이번 5차 발사까지 성공하면서 4회 연속 성공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전체 다섯 차례 발사 가운데 네 차례 성공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누리호의 발사 성공률은 80%가 됐습니다.


‘우주에 가는 로켓’에서 ‘위성을 배달하는 로켓’으로

누리호 개발 초기에는 목표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사체를 이용해 실용급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우주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싣고 출발해 원하는 궤도에 정확하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 수송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15기의 위성을 싣고 군집위성 다중 투입에 도전한 5차 발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민간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누리호 사업에서는 발사체를 만드는 주체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 연구기관이 중심이 됐던 발사체 제작과 운용 경험을 점차 민간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4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했고 이번 5차 발사에서는 민간의 역할이 더욱 확대됐습니다.
장기적으로 정부가 발사체를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위성을 우주로 운송하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누리호의 반복 발사는 로켓의 신뢰성을 높이는 과정인 동시에 국내 민간 우주산업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우주로 가는 문, 전남 고흥

그리고 누리호의 모든 비행이 시작되는 곳은 전남 고흥입니다.
고흥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장입니다.
과거 나로호가 이곳에서 우주로 향했고, 이제는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누리호가 반복해서 고흥 하늘을 가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역대 가장 많은 15기의 위성을 싣고 한 단계 더 복잡한 임무에 도전했습니다.
2021년 첫 발사 당시 대한민국이 확인하려 했던 것은 ‘우리 로켓이 우주까지 갈 수 있는가’였습니다.
다섯 번째 비행에 이른 지금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우리 로켓이 여러 위성을 원하는 궤도까지 정확하게 운송할 수 있는가.’
누리호는 이제 우주에 도달하는 기술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위성을 운송하는 발사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우주로 가는 길은 이번에도 전남 고흥에서 시작됐습니다.
※ 발사 성공과 별개로 탑재위성 각각의 정상 작동과 교신 여부는 이후 개별적으로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