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오래 장사한다는 것, 시간을 이어온 가게 6곳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 때마다 관심이 쏠리지만, 오래된 간판 아래에서 매일 손님을 맞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찾던 장소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곳들입니다.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전주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온 가게 여섯 곳을 소개합니다. 악기사와 시계점, 만두집과 비빔밥집까지 업종은 달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의 일상과 함께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목록에서는 프랜차이즈로 확장한 브랜드와 폐업 후 재개장한 곳, 과거 공간의 역사와 현재 매장의 영업 이력을 구분해야 하는 곳 등은 제외했습니다. 전주의 모든 가게를 조사한 ‘최고령 순위’보다는, 개업 시기와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오래된 가게들 위주로 모아봤습니다.


남문악기사|1933년
축음기를 고치던 가게에서, 3대째 이어지는 악기사로

남문악기사는 1933년 남부시장 인근에서 축음기를 수리하는 가게로 출발했습니다. 1962년 무렵 지금의 자리로 옮긴 뒤 종합 악기사로 운영되며, 3대에 걸쳐 전주의 음악 생활과 함께해왔습니다.

음반과 라디오, LP, 각종 악기를 취급해온 이곳은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겪었습니다. 포크송이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악기를 찾는 손님들이 이어졌고, 디지털 음악이 보편화된 뒤에는 악기 판매에 집중하며 변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오래된 가게를 지킨다는 것이 시대에 맞춰 방법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시계점|1940년대

시계점의 역사와 이창호 국수의 어린 시절이 만나는 곳

중앙동의 이시계점은 이창호 국수의 할아버지 이화춘 옹이 문을 연 가게입니다. 개업 시기는 자료에 따라 1940년 또는 1940년대로 소개되며, 처음에는 길 건너편에 있다가 1970년 현재 위치로 옮겼습니다.

이곳은 이창호 국수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계와 귀금속을 다루는 가게의 역사에, 세계적인 바둑기사가 성장한 이야기가 함께 남아 있는 셈입니다.

현재까지 같은 가족이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창호의 아버지가 이어오던 가게는 2008년 새 주인을 만났고, 이후에도 ‘이시계점’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이어왔습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가게의 이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남았습니다.


일품향|1950년

만두 전문점으로 시작한 전주의 오래된 중식당

전주영화제작소 옆에 있는 일품향은 1950년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군만두와 물만두, 찐만두를 판매하는 만두 전문점이었으며, 이후 중식 메뉴를 더해 지금의 중국 음식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가게의 출발점이었던 만두는 여전히 일품향을 설명하는 대표 음식입니다. 전주시 소개에 따르면 매일 정해진 수량을 직접 빚어 당일 판매하는 방식을 지켜왔습니다. 군만두도 한 차례 찐 뒤 구워내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메뉴와 시대가 바뀌는 동안에도 처음 가게를 알렸던 음식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만두 한 접시로 일품향의 오랜 역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흥관|1950년

화교 가족 3대가 이어온 전주 물짜장의 맛

1950년 문을 연 영흥관은 화교 가족이 3대째 운영해온 중식당입니다. 이름에는 ‘영원히 흥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창업주가 한국전쟁을 겪으며 전주로 내려온 뒤 가게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영흥관을 대표하는 음식은 물짜장입니다. 새우와 오징어 등 해산물에 채소를 더하고, 고춧가루와 전분으로 맛과 걸쭉함을 내는 전주의 지역 음식입니다. 영흥관은 숙성한 반죽으로 만든 부드러운 면과 해물의 맛을 살린 국물을 특징으로 소개합니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에 익숙한 여행객이라면, 전주의 또 다른 음식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가게입니다. 한 가족이 이어온 중식당의 역사 속에 전주 물짜장의 이야기도 함께 쌓여 있습니다.


한국집|1952년

3대째 이어온 전주비빔밥 전문점

한국집은 1952년 문을 열어 3대째 전주비빔밥의 전통을 이어온 음식점입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비빔밥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손님을 맞아왔습니다.

한옥을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마당을 갖춘 공간도 특징입니다. 경기전과 전주한옥마을 가까이에 있어 구도심을 둘러보는 길에 함께 들르기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전주비빔밥이라는 익숙한 음식도 가게의 역사와 함께 보면 다르게 다가옵니다. 한국집에서는 한 그릇의 음식뿐 아니라, 가족이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해온 시간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소바|1955년

이름은 서울, 오랜 시간은 전주에서

중앙동에 자리한 서울소바는 1955년부터 영업해온 소바 전문점입니다. 이름에는 서울이 들어가지만, 전주에서 3대째 메밀소바를 만들어온 가게입니다.

서울소바는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의 은은한 단맛과 짭조름한 맛으로 소개돼 왔습니다. 메밀면에 국물을 부어 먹는 한 그릇에서 전주 사람들이 즐겨온 소바의 특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소바 역시 전주의 일상적인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서울소바는 그 시간을 보여주는 오래된 가게입니다. 계절에 따라 쉬어온 이력이 있는 만큼, 방문 전에는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모든 이미지는 네이버 거리뷰 이미지를 바탕으로 AI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