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부터 9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관객을 만나온 광주극장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영화관이라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민족 자본으로 건립돼 해방과 한국 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영화와 연극, 강연, 집회 등이 열렸고 지금도 실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9월 22일 광주극장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가치를 심의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광주시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한 지 약 10개월 만입니다.
심의 결과는 이달 중 통보될 예정입니다.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

광주극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호남에서 민족 자본으로 건립된 첫 극장이었습니다.
영화관은 지금처럼 흔한 문화시설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광주극장은 영화를 보는 장소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기능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문화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고, 해방 이후에는 영화뿐 아니라 연극과 강연, 집회 등이 열렸습니다.
광주의 근현대사가 흘러가는 동안 광주극장 역시 
같은 자리를 지킨 셈입니다.

1968년 화재, 그리고 다시 지어진 극장

현재 광주극장 건물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1968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극장을 재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재건 과정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건축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특히 약 20m에 달하는 내부 공간에 기둥을 설치하지 않은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는 기둥 없이 넓은 상영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였습니다.
외관에서도 당시 건축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적벽돌로 만들어진 입면과 유리블록, 노출콘크리트 등 독특한 건축 요소가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국가유산위원회 전문위원 역시 근현대기에 건립돼 현재까지 본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단관극장 사례가 전국적으로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광주극장의 희소성과 건축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90년 넘었지만 아직 ‘현역 영화관’

광주극장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박물관 속 옛 극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관객이 표를 끊고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래된 단관극장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광주극장은 운영을 이어왔습니다.
2002년에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됐습니다.
현재는 연간 약 160편의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며 대형 영화관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에만 머무르지 않고 연극과 음악회, 전시, 강연 등을 개최하며 복합적인 문화공간 역할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극장을 보존했다’기보다 90년 넘은 극장이 여전히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도 진행 중

광주 동구는 광주극장을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사업을 활용해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을 정비하고 장기적인 보존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입니다.
2024년에는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한 자체 용역을 시작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절차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현지 조사에서도 광주극장의 가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단순한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시민들이 실제 이용해온 ‘생활문화유산’이라는 점과 현재까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등록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국가등록문화유산은 만들어진 지 50년 이상 지난 근현대문화유산 가운데 역사·문화·건축적 가치가 있어 보존과 활용이 필요한 대상을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광주극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약 한 달간 등록 예고를 비롯한 후속 절차가 진행됩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등록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되면 단순히 이름만 문화유산 목록에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건물의 보존과 수리, 안전조치 등에 필요한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받을 수 있어 90년이 넘은 극장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도 강화됩니다.


ACC·전일빌딩245와 연결한 문화코스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이후의 활용 계획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는 광주극장의 시설환경을 개선하고 극장이 간직한 역사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주변 문화시설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일빌딩245 등 광주를 대표하는 근현대 문화공간과 광주극장을 하나의 도심 문화투어 코스로 연결한다는 구상입니다.
광주극장 자체를 하나의 오래된 건물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주의 근현대사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100살이 되어도 영화를 틀 수 있을까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은 이미 90년이 넘는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동안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와 산업화, 멀티플렉스의 등장까지 한국 사회와 영화산업의 수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수많은 단관극장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광주극장은 같은 자리에서 스크린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새로운 영화를 상영하고 새로운 관객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이 최종 결정된다면 광주극장은 오래된 영화관을 넘어 광주의 근현대 문화와 시민들의 기억을 보존하는 문화유산으로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게 됩니다.
2023년 시작된 사업의 이름처럼 광주극장이 ‘100년 극장’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