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댐인 진안 용담댐의 수위가 예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가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장소에서는 과거 수몰된 마을의 흔적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용담댐의 저수율은 40% 초반 수준입니다. 같은 시기 평년 저수율이 70~8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차이입니다.
수위 역시 예년보다 10m 이상 낮아진 상태입니다.
현재와 같은 강수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초 본격적인 가뭄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 빠지자 나타난 수몰마을의 옛길

최근 용담댐 주변에서는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댐 건설 과정에서 물에 잠겼던 진안군 옛 정천마을의 도로 흔적이 다시 드러난 것입니다.
평년 수준의 저수율이라면 물 아래에 있어야 할 장소입니다.
하지만 용담댐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과거 주민들이 마을을 오갈 때 이용했던 길의 형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인근 주민들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옛길이 나타날 정도로 물이 줄었다며 최근의 상황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가장 큰 댐

용담댐은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댐이자 전국에서도 다섯 번째로 큰 대규모 저수시설입니다.
단순히 진안지역에서 사용하는 물을 저장하는 시설도 아닙니다.
용담댐은 전주와 익산, 군산, 김제 등 전북 북부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핵심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생활하는 많은 주민이 직·간접적으로 용담댐의 물을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용담댐의 저수량 감소는 단순히 댐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수량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년 70~80%인데 올해는 40% 초반

현재 상황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평년과의 차이입니다.
같은 시기 용담댐은 일반적으로 70~80% 수준의 저수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수율은 40%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9월 말 기준으로는 가뭄 ‘관심’ 단계 발령 기준인 저수율 38%에도 가까워졌습니다.
수위는 예년보다 10m 이상 낮아졌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체감하기 어렵지만 평소 물속에 잠겨 있던 마을의 옛 도로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이 현재 상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물이 줄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올해 강수 상황입니다.
올여름에는 충분한 비를 뿌리는 장마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마른 장마’가 나타나면서 댐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많은 비를 가져올 수 있는 태풍마저 전북지역을 비껴갔습니다.
여름철은 장마와 태풍 등을 통해 댐에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시기에 충분한 물을 저장하지 못하면서 가을까지 낮은 저수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1~2월

현재 당장 용담댐의 물이 고갈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더 우려하는 시점은 내년 초입니다.
현재와 비슷한 강수 빈도가 계속될 경우 내년 1~2월에는 본격적인 가뭄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와 눈이 내리는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은 여름 장마철처럼 대규모 강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겨울을 지나 봄까지 충분한 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농업용수 사용이 증가하는 농번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뭄 단계 들어가면 약 12년 만

용담댐에 실제 가뭄 ‘관심’ 단계가 발령될 경우 2015년 8월 이후 약 12년 만입니다.
용담댐은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전북 북부지역의 주요 상수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 용담댐에서 10m 이상 낮아진 수위와 수몰마을의 흔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올해 물 상황이 평소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겨울과 내년 봄까지의 강수량입니다.
충분한 비와 눈이 내려 저수량이 회복된다면 가뭄 진입 시점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1997년 용담댐 건설과 함께 물속으로 사라졌던 마을의 옛길.
약 30년이 지난 지금, 낮아진 수위 때문에 그 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소라면 볼 수 없어야 하는 풍경이 지금 용담댐의 물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