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가 직선화되고 새로운 노선이 만들어지면서 역할을 다한 작은 기차역들입니다. 일부 역은 철거됐지만, 전라도 곳곳에는 오래된 역사와 승강장, 철길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기차역부터 드라마 촬영장이 된 시골역까지, 기차가 떠난 뒤에도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전라도의 옛 기차역들을 모아봤습니다.

익산 춘포역,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기차역
익산 춘포역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차역사로 알려진 곳입니다.1914년 ‘대장역’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익산 일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했던 역이기도 합니다.
역 이름은 이후 춘포역으로 변경됐고, 철도 교통환경이 변화하면서 이용객도 점차 줄었습니다.
결국 2011년 전라선 복선전철화와 함께 폐역됐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넘은 옛 역사는 철거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으며, 오래된 목조 역사와 주변 철도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빠른 열차가 오가는 현재의 전라선과 100여년 전 만들어진 작은 역사가 함께 존재한다는 점도 춘포역만의 특징입니다.

군산 임피역, 쌀을 실어 나르던 철도의 흔적
군산 임피역은 일제강점기 군산선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임피역은 1912년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군산선은 전북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농산물을 군산항으로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임피역사는 1936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철도 교통의 변화와 함께 역의 역할은 줄어들었고 여객열차 운행도 중단됐지만, 옛 역사는 그대로 보존됐습니다.
현재 임피역사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간이역을 넘어 일제강점기 전북의 철도와 군산항, 그리고 당시 지역의 농산물 운송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남원 서도역, 기차가 떠난 자리에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남원 서도역은 폐역 이후 오히려 여행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1930년대 문을 연 서도역은 오랫동안 전라선의 작은 기차역으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전라선이 개량되고 철길이 이설되면서 기존 서도역은 철도역으로서의 역할을 마쳤습니다.
다른 폐역과 달리 옛 목조 역사뿐 아니라 승강장과 철길까지 남아 있어 과거 시골 간이역의 분위기를 비교적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 때문에 서도역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됐습니다. 특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이 찾는 장소가 됐습니다.
가을이면 옛 철길 주변 풍경까지 더해져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기차를 타기 위해 찾았던 역이 이제는 역 자체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장소가 된 셈입니다.

나주 옛 남평역, 경전선이 남긴 작은 역사
전남 나주에도 옛 철도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있습니다.남평역은 1930년대부터 경전선을 오가는 열차가 정차하며 지역 주민들의 교통수단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이후 철도 개량과 노선 변화로 기존 역사의 역할은 줄었지만 옛 역사와 승강장 등 과거 철도의 흔적은 남았습니다.
화려한 관광시설보다는 오래된 간이역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 지역 주민들에게 작은 기차역은 다른 도시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남평역 역시 한때 사람과 물자가 오갔던 지역 교통의 중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순천 원창역, 작은 마을에 남아 있는 전라선의 기억
순천 원창역 역시 과거 전라선을 따라 열차가 오갔던 작은 역입니다.1930년 문을 열어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교통수단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라선 개량과 철도 이설이 진행되면서 기존 역의 기능은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옛 역사가 남아 과거 간이역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KTX와 SRT 같은 고속열차가 주요 도시를 빠르게 연결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 철도에는 작은 마을마다 열차가 멈춰 서던 역들이 있었습니다.
원창역은 그런 시절의 지역 철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철도가 빨라지면서 작은 역들은 사라졌습니다
전라도에서 폐역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철도 현대화입니다.과거 전라선과 호남선, 경전선 등은 지금보다 굴곡이 많고 운행 속도도 느렸습니다.
철도를 직선화하고 복선화·전철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선로가 만들어졌고, 기존 철길에서 벗어난 작은 역들은 자연스럽게 역할을 잃었습니다.
자동차 보급과 도로망 확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인근 도시를 방문할 때 기차가 중요한 이동수단이었지만 자가용과 버스 이용이 늘어나면서 작은 간이역의 이용객은 감소했습니다.
결국 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고 역 자체가 폐지되는 곳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기차는 사라졌지만 지역의 시간은 남았습니다
폐역의 의미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누군가에게는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렸던 장소였고, 누군가에게는 장터에 가거나 다른 도시에서 일하기 위해 열차를 탔던 곳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는 첫 번째 장소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돌아온 가족을 마중하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춘포역과 임피역처럼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건물은 당시 지역의 경제와 철도가 어떻게 연결돼 있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서도역처럼 본래 기능을 잃은 뒤 새로운 관광·문화 공간으로 살아남은 사례도 있습니다.
열차는 더 이상 멈추지 않지만 그곳을 오갔던 사람들의 시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번 가을에는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지나치는 여행 대신,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작은 역에 잠시 멈춰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