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이 넘는 국부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전북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한국투자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두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한국투자공사가 실제 전북으로 이전할 경우 이미 전주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두 개의 대형 공적 자산운용기관이 전북에 집적될 수 있습니다.
전북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자산운용 특화 금융중심지 구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투자공사는 어떤 기관일까?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맡긴 외환자산을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대한민국의 국부펀드입니다.
국민의 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과는 자금의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투자공사는 국가의 외환자산을 주식과 채권, 부동산, 사모주식, 인프라 등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해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운용자산은 2,320억달러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33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전체 직원은 353명이며 이 가운데 투자전문인력만 174명입니다.
단순한 공공기관 하나가 아니라 수백조원의 국가 자산을 세계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 전문 투자기관인 셈입니다.

“KIC 본사를 전북에”…법 개정안 발의

현재 한국투자공사법은 KIC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특정 지역으로 규정하지 않고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1일 이를 변경해 한국투자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두도록 하는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률 자체에 본사 소재지를 전북으로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 경우 KIC 이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다만 현재는 법안이 발의된 단계이며 한국투자공사의 전북 이전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KIC가 포함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350여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검토

KIC 이전 논의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있습니다.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약 350곳을 대상으로 지방이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은 올해 4분기 중 확정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는 산업 특성과 기존 공공기관 등을 고려한 추가 기관 유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전북이 주목하는 분야는 금융입니다.


전북에는 이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습니다

전북이 KIC 유치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공단입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는 전주혁신도시에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역시 전주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북은 이를 기반으로 자산운용 분야에 특화된 금융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오랫동안 추진해왔습니다.
KIC까지 전북으로 이전한다면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라는 두 개의 대형 공적 자산운용기관이 한 지역에 모이게 됩니다.
국민연금이 연금자산을, KIC가 국가 외환자산을 운용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두 기관 모두 국내외 금융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큰손’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공공기관 직원 몇백명이 이전하는 문제를 넘어 자산운용 산업의 집적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도 연결

KIC 이전 논의는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전북은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 전략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를 만드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전북의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10월 서면평가에 이어 11월에는 현장실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평가에서는 현재 금융기관과 관련 산업이 얼마나 집적돼 있는지뿐 아니라 앞으로 금융기관을 추가로 유치할 가능성, 전문인력 확보, 교통·교육·생활환경 등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KIC 이전이 실제 논의 단계로 진입한다면 전북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대형 자산운용기관 유치 가능성을 보여주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이전 법안도 나왔습니다

최근 전북 정치권에서는 KIC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성윤 의원은 한국은행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전북특별자치도로 변경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한국은행과 KIC는 역할이 전혀 다른 기관이지만 두 법안이 지향하는 방향은 비슷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대형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을 전북에 집적해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KIC 역시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공기관 이전과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도 전북으로 올 것인가’

KIC 이전의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전문인력입니다.
KIC는 2023년에도 전주 이전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KIC 측에서는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전문 운용인력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 투자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실제 자산운용산업은 기관의 주소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려면 펀드매니저와 리스크관리 전문가, 대체투자 전문가, 법률·회계 인력 등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서울에 있는 민간 금융회사나 해외 금융회사로 이직하지 않고 전북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에도 전문인력 확보와 이탈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KIC 이전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정주환경과 금융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IC만 옮겨서는 부족합니다

한국투자공사 본사 건물 하나가 전북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주가 금융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북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KIC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민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핀테크 기업 등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
전문인력을 양성할 대학과 교육기관, 국제금융 업무를 지원할 교통·주거·교육환경도 필요합니다.
전북연구원 역시 국민연금과 연계해 주요 공제회 등 공적 자산운용기관을 추가로 유치하고 자산운용 기능을 집적하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 몇 개를 전주로 옮겼느냐’가 아니라 그 기관을 중심으로 실제 금융산업이 만들어지느냐입니다.


333조원 KIC까지 전북으로 올 수 있을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이후 전북은 오랫동안 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해왔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 한국은행법 개정안, 금융위원회의 금융중심지 평가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KIC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33조원을 운용하는 대한민국의 국부펀드입니다.
KIC가 실제 전북으로 이전한다면 상징성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전 확정’이 아니라 법안 발의와 정부의 이전 대상 검토가 진행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KIC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할지, 국회에서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그리고 전북이 전문 금융인력과 민간 금융회사까지 끌어들일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국민연금에 이어 333조원의 국부펀드까지 전북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전북이 추진해온 ‘자산운용 금융도시’ 구상이 다시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