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장윤기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고 피해자 유족과 시민 약 10만명도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사형 선고 여부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무기징역이었습니다.

“사형 선고가 소임인지 절실히 숙고”
광주지법 형사13부는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이번 사건의 범행 내용과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특히 재판부는 엄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 사건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법관들 역시 인간으로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은 아닌지 절실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사형을 선택하지 않은 배경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가 운영되는 현실과 기존 법원의 판례가 있었습니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0건’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97년입니다.이후 약 30년 동안 사형 집행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법률상 사형제도 자체가 폐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지금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집행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고 법원 역시 사형 선고를 극도로 제한적으로 해왔습니다.
장윤기 재판부도 이러한 현실을 양형 이유로 직접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법원이 사형 선고를 자제해왔던 여러 동종 사건과 비교했을 때 형벌의 비례와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없다고 사형 선고할 수 없어”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입니다.현행 형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가석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과 기존 무기징역 사이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2023년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습니다.
현행법에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즉 ‘언젠가 가석방될 수도 있으니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 “생존하는 동안 가석방 허용하지 않아야”
그러면서 재판부는 장윤기의 무기징역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강한 의견을 밝혔습니다.장윤기가 살아 있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철저하게 집행하는 것이 피해자와 유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재판부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재판부가 이런 의견을 밝혔다고 해서 법적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무기수 역시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만약 장윤기가 향후 가석방 등으로 출소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내렸습니다.

사형 피한 장윤기…유족은 법정에서 오열
피해자 유족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습니다.유족은 선고 전부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여러 차례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장윤기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도 이어져 약 10만명의 서명이 담긴 엄벌 탄원서가 재판부에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장윤기는 1심에서 사형을 피하게 됐습니다.
법정에서 선고를 직접 지켜본 이채원 양의 유족은 장윤기가 퇴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열했습니다.
장윤기는 약 20분 동안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옅은 황토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 탁자를 바라봤습니다.
‘빨간 명찰’ 발언 증언도 논란
장윤기의 반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장윤기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광주교도소에서 장윤기와 같은 동에서 생활했다는 수용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주장했습니다.
해당 수용자는 장윤기가 무기징역보다 사형을 받고 싶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사형수에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빨간 명찰’을 언급하며 멋있고 ‘가오가 산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장윤기가 법정에서 직접 한 발언이 아니라 동료 수용자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반성문을 제출한 모습과 상반된 증언이 나오면서 장윤기가 실제 범행을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검찰 항소하면 다시 ‘사형 vs 무기징역’
이번 무기징역 판결은 아직 확정된 형이 아닙니다.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판결문과 양형 이유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검찰이 항소하면 광주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됩니다.
항소심에서는 범행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뿐 아니라 1심 재판부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택한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률상 사형제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약 30년 동안 집행하지 않은 대한민국.
그리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아직 별도의 형벌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
장윤기 사건은 한 흉악범죄에 대한 형량을 넘어 우리 사회가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서 어떤 형벌을 선택할 것인지라는 오래된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