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의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 초기부터 조직 정상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임은정 초대 광주중수청장은 10월 6일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중수청이 충분한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예산과 조직체계, 인사부터 기존 검찰에서 넘겨받을 사건까지 아직 정비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설명입니다.
임 청장은 현재 상황이 한두 달 만에 정상화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책상과 사람만 있다고 시스템 갖춰지는 것 아니다”

임 청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수사기관의 기본적인 업무환경이었습니다.
수사기관은 보안이 중요한 조직인데 단순히 큰 공간에 책상과 직원만 배치한다고 정상적인 수사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특히 예산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임 청장은 아직 예산 등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아 조직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사 역시 촉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5급 이상 간부들조차 개청 전날에야 자신이 어디에서 근무할지 통보받았으며, 개청 시점까지도 직제표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개청 연기 검토해야” 메일까지

임 청장은 이러한 혼란을 예상해 개청 전부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초 법무부 장관에게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개청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출범은 78년 동안 이어진 기존 수사구조를 크게 바꾸는 작업입니다.
임 청장은 준비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아 1년이라는 준비기간 자체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중수청은 출범 당시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1,900명만 충원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광주중수청의 정원 대비 충원율은 58.3%로 전국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넘겨받을 사건도 아직 파악 못 해

인력과 시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광주중수청이 앞으로 넘겨받아 수사해야 할 사건 규모 역시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임 청장은 밝혔습니다.
앞서 광주중수청 관할인 전남광주·전북·제주의 기존 검찰청에 남아 있는 미제 사건은 2만69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검찰은 90일의 유예기간 동안 진행 중인 일부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이 끝난 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사건의 성격에 따라 경찰과 중수청 등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광주중수청 입장에서는 새롭게 발생하는 7대 중대범죄뿐 아니라 기존 수사기관에서 넘어오는 사건까지 처리할 준비를 해야 하는 셈입니다.

전북·제주 주민이 조사받으러 광주까지?

광주중수청의 넓은 관할구역도 문제입니다.
광주중수청은 전남광주만 담당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까지 하나의 지방중수청이 담당합니다.
기존에는 전주와 제주에도 각각 검찰청이 존재했지만 중대범죄 수사기능이 광역 단위로 재편되면서 사건 관계인이 조사를 위해 광주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육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임 청장은 당장 별도의 지청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필요한 경우 출장조사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시민에게 광주까지 오도록 요구하기보다 수사관이 직접 전북이나 제주로 이동해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임 청장은 시민이 아니라 공무원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뭐라도 나올 때까지 파는 수사 없게 하겠다”

새로운 조직의 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공정’과 ‘절제’를 강조했습니다.
중수청은 경찰과 일부 수사영역이 겹칠 수 있는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담당합니다.
임 청장은 공정하지 않은 수사는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고 수사 결과에도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과거 검찰의 수사방식을 직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될 만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무언가 나올 때까지 계속 파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족까지 수사하는 식의 ‘절제되지 않은 수사’는 적어도 자신이 이끄는 광주중수청에서는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조직문화도 바꾸겠다고 밝혀

임 청장은 수사방식뿐 아니라 조직문화 역시 기존 검찰과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임 청장은 오랫동안 검찰 내부에서 검찰의 조직문화와 감찰 문제 등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인물입니다.
중수청 설계 과정에도 참여했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번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는 기존 검찰 조직을 떠나 자신 역시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판단해 중수청에 합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비판도 이어가

임 청장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기존의 공개 비판도 거두지 않았습니다.
김 후보자가 과거 여러 논란이 된 사건에서 지휘라인에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김 후보자 측이 당시 반대 의견을 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이는 임 청장의 주장으로, 관련 사실관계와 김 후보자 측의 설명을 함께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 청장은 검찰청이 왜 폐지됐는지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중수청에서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광주와는 ‘도가니 사건’으로 인연
임 청장은 광주와의 과거 인연도 소개했습니다.
영화 ‘도가니’로도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을 검사 시절 담당하면서 광주와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사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도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검사 신분이 아닌 중수청 1급 수사관이자 광주중수청장으로 다시 광주에서 수사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새 조직의 첫 업무가 ‘조직 정상화’

광주중수청은 10월 7일 개청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립니다.
하지만 임은정 초대 청장이 출근 첫날 강조한 것은 새로운 사건이나 대형 수사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예산과 인사, 직제,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앞으로 넘겨받을 사건을 파악하는 ‘조직 정상화’였습니다.
전남광주·전북·제주라는 넓은 지역을 관할하면서도 인력 충원율은 전국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낮은 58.3%.
여기에 기존 검찰에서 넘어올 사건과 새로운 수사체계까지 동시에 정리해야 합니다.
78년 만에 검찰 중심의 수사구조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기관.
광주중수청의 첫 번째 수사는 아직 사건이 아니라, 자기 조직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부터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