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되는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장병들이 다친 사건과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군사분계선(MDL)을 다시 확인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유럽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한 정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이번 사건을 “불행한 일”이라고 표현하고 부상 장병과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 간 인식 차이를 지목했습니다.

“남과 북이 보는 군사분계선이 다르다”

정 장관은 현재 남한과 북한,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을 측정하고 인식하는 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 장관은 이 같은 차이를 그대로 둘 경우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통일부 장관 자격으로 북한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남북이 만나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고 측정하는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정 장관은 “강 대 강으로 대치해서는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시 남북이 만나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북 제의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제의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유럽 출장도 단축하고 귀국

정 장관은 지난달 28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영국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독일을 방문하고 10월 5일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군 당국이 폭발 원인을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판단했고,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관련 내용을 부인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정 장관은 1일 조기 귀국했습니다.
귀국 다음 날 공개석상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북한 사과 요구에는 “당연하다”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정 장관은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정부 대응은 군 당국 등의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북한에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요구할 것인지가 정부의 다음 판단이 됩니다.


대북 확성기 재개에는 선 그어

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정 장관은 확성기 재개를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뢰 폭발에 대한 대응으로 다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평화공존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금강산 관광객이 오가고 개성공단으로 매일 출퇴근하던 시기를 언급하며 남북 간 소통이 단절된 현재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핵심은 ‘북한 책임’과 ‘재발 방지’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지뢰가 어떤 경위로 군사분계선 남쪽에 매설됐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북한군이 직접 해당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북한의 책임과 후속 대응 문제가 남습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사고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입니다.
정 장관은 남북과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한 것입니다.
북한의 책임을 묻는 것과 남북 간 소통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현재 정 장관의 입장입니다.
결국 다음 단계는 군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입니다. 이후 정부가 북한에 어떤 책임을 요구할지, 정 장관이 제안한 군사분계선 협의에 북한이 반응할지가 이번 사건의 후속 흐름을 결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