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제농협은 지난달 10일 향후 4년 동안 조합장과 상임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과 함께 농협을 이끌 비상임 이사 10명을 선출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몇몇 후보자가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김제농협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됐습니다.
결국 선거 하루 전인 지난달 9일 요촌동·교월동·죽산면에 출마했던 후보 7명이 모두 자진사퇴서를 제출하면서 해당 지역의 이사 선거가 무산됐습니다.
그런데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자진사퇴했던 7명 가운데 6명이 다시 출마한 것입니다.
금품 살포 의혹에 7명 전원 사퇴
김제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선거 직전 시작됐습니다.일부 후보자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제농협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내용이 접수됐습니다.
금품 제공 의혹이 제기된 구체적인 후보나 실제 제공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를 하루 앞두고 요촌동·교월동·죽산면 후보 7명이 일괄적으로 자진사퇴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제농협 선관위는 해당 3개 지역을 대표하는 이사를 다시 선출하기 위해 10월 8일 보궐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다시 후보자 등록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7명 중 6명이 다시 나왔습니다
보궐선거 후보 등록 결과 모두 10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눈에 띄는 것은 지난 선거에서 자진사퇴했던 후보들입니다.
당시 사퇴서를 제출한 7명 가운데 6명이 이번 보궐선거에 다시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결국 후보 구성만 놓고 보면 금품 살포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후보와 조합원 사이에서는 “그렇다면 기존 선거를 중단하고 보궐선거를 다시 치르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한 뒤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된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 등을 통해 별도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입니다.
‘면죄부’ 줬다는 비판까지
일부에서는 더욱 강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되자 일단 후보들이 모두 사퇴해 선거를 중단시킨 뒤,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후보가 다시 출마하면서 결과적으로 논란을 피해갈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특히 금품 살포 의혹의 당사자로 의심받는 후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기존 후보가 다시 출마하면서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현재 일부 후보와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비판입니다.
금품 살포 의혹 자체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통해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재출마한 후보 6명이 모두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돼 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결국 혼란은 조합원과 대의원에게
선거가 다시 치러지면서 후보들뿐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김제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권을 가진 대의원은 86명입니다.
당초 예정된 선거가 무산되면서 이들은 다시 후보들을 평가하고 새로운 선거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선거를 준비했던 후보들 역시 선거운동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후보 한 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농협과 조합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당시 자진사퇴했지만 다시 후보로 등록하고 보니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평동농협에서도 등장했던 ‘돈 선거’
최근 지역 농협 선거에서 ‘돈 선거’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김제농협만이 아닙니다.앞서 광주 평동농협에서도 차기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돈 선거’를 비판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조합원들에게 전달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평동농협 사례에서는 특정 후보의 실제 금품 제공이 확인된 것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한 인사가 ‘돈 선거’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경우였습니다.
이번 김제농협 사건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실제 비상임 이사 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의 금품 살포 의혹이 선관위에 접수됐고, 이 여파로 특정 지역 후보들이 선거 하루 전 모두 사퇴하면서 선거 자체가 다시 치러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두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지역 농협 선거에서 금품 문제가 반복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왜 농협 선거에서 ‘돈 선거’ 논란이 반복될까
지역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닙니다.지역 농산물 유통과 판매, 자재 공급,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등을 운영하며 조합원의 경제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조합장뿐 아니라 이사회 역시 주요 사업과 경영에 관여하는 만큼 누가 조합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는지는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만큼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합니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신뢰를 확보하려면 금품 제공 의혹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선거를 다시 치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해당 후보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월 8일 다시 치러지는 선거
김제농협 비상임 이사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8일 치러질 예정입니다.지난 선거에서 자진사퇴했던 후보 7명 가운데 6명이 다시 출마하면서 사실상 한 달 전과 비슷한 후보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김제농협과 김제농협 선거관리위원회는 관련 논란에 대한 언론의 입장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품 살포 의혹으로 선거가 한 차례 무산됐지만 대부분의 후보가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궐선거를 한 번 더 치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처음 선거를 무산시켰던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는지입니다.
지역 농협을 이끌 사람을 결정하는 기준이 금품이나 인맥이 아닌 능력과 비전이 되려면, 선거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에 대한 신뢰가 필요해 보입니다.


